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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서는 그런 일을 환영하지 않았다. 플로렌티노 아리자는 점 덧글 0 | 조회 60 | 2021-04-17 14:17:40
서동연  
우체국에서는 그런 일을 환영하지 않았다. 플로렌티노 아리자는 점점 게을러져 갔으며 정신이 딴 곳에 가 있어서 우편물의 도착을 알리는 국기의 게양에 자주 실수를 범했다. 어떤 수요일에는 레일랜드 회사의 배가 영국의 리버풀에서 우편 물을 싣고 왔을 때 독일 국기를 게양했고, 또 어떤 날에는 상나자르에서 우편물을 싣고 온 배가 들어왔을 때는 미국 국기를 내다걸기도 했었다. 이러한 사랑의 혼란은 우편물 분류 때 많은 실수를 저지르게 하는 원인이 되었고, 사람들로부터 수 많은 항의를 유발해냈기 때문에 플로렌티노 아리자가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은 것은 순전히 로타리오 수굿트가 그를 전보 관계 일을 시키고 성당 합창대에서 바이얼린 연주를 시킨 덕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의 강철 같은 몸도 그의 술버릇은 감당해 내지 못했다. 그들이 식탁에 앉기도 전에 그는 그 독한 술을 반병이나 비웠고 그는 잔과 병들이 올려져 있는 테이블 위로 고꾸라졌다.잠시 드나들던 호텔 출입은 그의 흥미가 다른 곳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정숙했던 가정생활과는 다른 환경에서 자신이 눈에 띄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그는 호텔 출입을 삼가하게 되었다.그것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페르미나 다자는 그 집 식구들이 매일 수놓아진 연회식탁을 차리고 은접시와 장례식용 큰 촛대를 세워놓고 5명의 유령이 정찬을 하는 그 관습에 수치심을 느꼈다. 그녀는 낯선 식사 예절과 은 접시를 드는 방법, 마치 거리의 여자 같은 신비스런 걸음걸이, 서커스의 곡예사 같은 옷차림 등을 혐오했으며 심지어 자기가 남편에게 대하는 거친 태도와 망토로 가슴도 가리지 않고 아기를 돌본다는 데 대한 심한 질타에 환멸을 느졌다.플로렌티노 아리자가 집으로 온 것이다. 페르미나 다자가 보인 첫번째 반응은 당황 그뿐이었다. 그녀는 안돼, 다음에 적절한 시기를 택해서 다시 찾아 오라고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방문객을 맞이할 형편이 아니었으며 주고 받을 이야기도 없었다. 그러나 곧 평정을 회복하고 하녀에게 응접실로 그를 안내해
그로부터 다시 넉 달이 지난 어느날 밤, 그는 여느 때처럼 아내가 욕실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며 더블베드 위에 누워 책을 보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그만 일어나서 나라가라는 듯, 거칠게 남편 옆에 누웠다. 하지만 그는 벌떡 일어나는 대신 불을 끄고 베개 위에 몸을 바로 눕혔다. 그녀는 서재로 가야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 위해 그의 어깨를 흔들었으나, 증조부가 물려준 깃털 침대의 안락함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그는 항복을 해버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레오 삼촌은 플로렌티노 아리자에게 경고했던 대로 부두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을 시켰다. 그 일을 충실히 하면 적당한 자리를 마련해서 한 단계 한 단계 승진을 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레오는 그 말을 지켰다. 어떠한 일도 플로렌티노 아리자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힘들고 굴욕적인 일이라도, 그리고 임금을 받지 못하고 아무리 비참한 일을 하더라도 플로렌티노 아리자는 결코 오만한 상관과 직면했을 때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자 다시 한 번 동정심이 편지로 인한 슬픔보다도 더 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내에게 감사하기보다는 오히려 음악의 기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페르미나 다자는 히프 근처에 벨트를 맨 헐렁한 비단 드레스를 입고, 여섯 개의 기다란 고리에 달린 진주 목걸이를 걸었으며,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나이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 그런 차림새는 페르미나 다자로서는 꽤나 드문 일이었다. 그렇게 멋을 부린 그녀의 차림새는 물론 훌륭한 할머니로서의 그녀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이지만, 그녀의 외모와는 아주 잘 어울렸다. 늘씬하고 꼿꼿한 몸매와 반점 하나 없이 깨끗한 손, 그리고 뺨 근처에 드리워진 반짝이는 머리결 등을 그녀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투명한 눈동자와 천부적인 고집까지도 결혼 당시와 조금도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설사, 세월이 그녀에게서 빼앗아간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녀는 인격과 성실로 그것들을 메워나갈 수 있었다.그때, 그는 어둠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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